• 목록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랍니다 ’. 라는 노랫말처럼...』

                                                                  류지관(토마스 아퀴나스, 2-1)

  아주 오랜만에 뜰이 있는 집을 장만하였다. 자연과 가까운 시골에 산다는 재미는 늦게나마 꿈을 찾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화는 도시건 시골이건 땅을 밟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구도의 길은 여러 가지지만 나는 자연에서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는 재미에 빠져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직업을 가진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으나, 패기를 지닌 젊은이라면 도시를 동경하고 화이트칼라에 정식 출, 퇴근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직업상 매일 쇠똥은 차 안과 작업복은 꾸리한 냄새로 쩔어있어서 청결을 유지하는데는 이력이 났다. 누구에게나 미래에 대한 설계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보다 나은 장래를 희망한다. 흔히 일생을 제1기는 30세로, 제2기를 60세, 제3기를 은퇴시기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로 나눈다. 그러면서 제3의 시기가 수명이 길어져 30년의 기간을 소중하게 가꾸며 마감하기를 소망한다. 돌이켜보면 농사의 5단계 중 마지막 단계는 거룩한 농사라 하여 자식농사를 제일로 꼽는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단출하게 부부만이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할 때다. 적당한 노동은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기에 수도원에서는 노동을 중요시 하였다 한다. 15년 전 손바닥만한 과수원을 가꾸며 생산성은 없으되 소일거리를 마다 않으며 땀을 흘린다. 과수의 겨울 전정, 멀칭용 풀베기, 기계유제로 곤충구제 등의 비배관리를 끝내면, 이른 봄의 매화꽃은 보답이나 하듯 사방으로 향기를 내며 꿀벌들을 유혹하는 모습은 나만의 즐거움이다. 여기에다 틈틈이 정원수를 심고 나중에 뜰에 심을 후피향나무, 화살나무, 골담초, 황금줄사철, 수수꽃다리, 넝쿨볼레나무, 백일홍, 박태기나무, 팔손이, 멀꿀과 으름덩쿨 설천에 계신 파스칼 형제님께서 주신 대나무 삼형제(참죽, 오죽, 때죽) 등을 구해심고 삽목도 하며 정원을 만들면서 옮겨 심었다. 화가가 도화지에 구도를 잡고 명암과 원근과 색깔을 입히듯 요즈음 정원 만들기는 오래전부터 하나 하나씩 마련한 덕분에 원하는 재료를 충분히 확보하여 완성하였다. 보기에 흡족한 편이다.

흔히 운전은 습관이 중요하다고 한다. 차량 운전의 좋은 습관은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듯이 방향지시등이 좌, 우 방향을 상대방 차에 알리고, 급격한 정지 일때는 위급하다는 것을 알려줄 비상라이트가 필요하다. 그렇듯 우리의 영성수련을 위한 습관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풀고 아침기도와 말씀을 시작으로 하여 하루를 마감할 때, 오늘을 어떻게 살았는지 객관적으로 정직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습관은 나의 충만한 삶을 행복으로 이끌게 할 것이다. 사람의 나이를 속도에 비교하기도 한다. 60세는 60㎞, 70세는 70㎞라는 빠르기를 비유하며 빠른 신체적 변화는 갑자기 찾아오는 병마에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리하여 만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마음의 정화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미련 없이 길을 떠날 것이다. 하여 우리는 늙어가기보다 더욱 알찬 열매로 익어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