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사랑방 1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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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문성욱 (아니아노, 사무장)
어린 시절 소죽 쑤어 주었던 가마솥과 굴뚝도 없는 부엌 아궁이가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기에 녹이 나고 허술한 부엌 아궁이지만 겨울이면 제 몫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촛불로 현 정권을 심판하고 있고 어둠 속에서 불 밝히지 못하는 게으름으로 쉬는 날 부엌 아궁이에 불 피우고 폐지를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보니 폐목도 조금 있고, 가마솥에 씨레기라도 조금 마련해야겠다고 밭에 갔더니 아직도 파릇파릇한 무우잎들이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거지, 씨레기 이런 말들은 어머니 계실 때에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부모님께서 사셨던 부엌 아궁이에 종이와 나무로 불을 지피며 지난 시간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불쏘시개가 보이지 않아도 아궁이에 성냥으로 불을 피우고 씨레기를 대치고 남은 불씨가 있기에 고구마를 몇 개 솥에 씻어 넣어 봅니다. 폐지와 장작나무 아궁이, 가마솥이 합일이 되어야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서로 다른 각각의 형질이 불꽃 되어 따뜻한 열기를 내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는 시기에 이웃에 씨레기 한 줌 전하는 마음으로 사랑방의 빈 여백을 채워봅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에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지 못하지만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그 사랑의 길을 위해, <사랑방>지면을 함께 해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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