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일 정경자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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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에서
정경자(엘리사벳, 이동)
새해가 시작된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정말 세월이 유수같이 지나가 버린다. 인간(人間)은 추억을 먹고 산다지만 악몽 같았던 경자년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동안 정들었던 패기 넘친 신부님의 흔적들이 아직도 그리움으로 우리 곁을 맴돌지만 우린 또 클레멘스 신부님과 동고동락 하면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첫 인상이 기품있고 연륜이 있어 보였다. 시골에 오셔서 외로운 생활을 하게 되실 신부님을 위해서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어느 사이 생(生)의 끝자락에 와 있는 지금. 우린 숯한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세상살이에 찌들리고 멍들면서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긴 터널을 지나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삶에 있어 가장 힘든건 인간관계라고 했다. 서로를 다독이고 품어주고 베풀 때 행복이 온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그게 왜 그리 어려운지, 우린 갈등 속에 헤매인다.
가끔씩 마음이 따뜻한 배려심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면 가까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2년 전인가 ? 남편과 전주에 있는 예수작은마을에 인연이 있어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계신 유스티나 원장님은 80이 넘으셨다는데 인자하시고 곰삭은 성품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앞으로 언제쯤 삶의 끝이 될지 몰라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아들 딸로 살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해 본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게 여의치 않아 많은 사람들이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얼마 전 아침 운동을 시작하고부터는 생활이 즐거워졌다.
그리고 가끔씩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 나누어 먹으며 시시콜콜한 애기도하고 또 지루할 때면 유-튜브를 보면서 여러 가지 정보도 얻고 지혜도 얻으며 좋은 음악도 듣는다.
서툴기만 했던 하모니카도 조금씩 성취감을 주곤 한다. 이렇듯 아주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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