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일 신협순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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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
신협순(소피아, 미조)
친정엄마는 마뜩찮은 얼굴로 나에게 들릴 듯 말 듯 "꼴값하네 가스나~~"하셨다.
그 꼴값은 내 말과 행동이 제대로 안되었음을 낮잡아 하는 말이었다.
속상해하는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니가 학생이면 학생값을 하라고 그라는 긴데 뭘. 그 말이 서럽다고 그래싸!, 앞으로 잘하란 말이다." 대꾸할 사이도 없이 일말에 싹둑 잘라버리셨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아버지값을 요구하셨고, 할머니에게도 어른값을 들먹여서 할머니와 엄마는 늘 사이가 안좋았다. 사람값을 하고 살아야된다는 엄마의 말은 오히려 혼란만 가져다 주었다. 저마다의 모양새에 따른 값이 있고 그 값은 분명 몫에 대한 본분인 것이다. 그 본분의 도리를 다했을 때 꼴의 값은 분명히 매겨질 것이고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일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은 어떤 것 들인가?
이웃을 사랑하고, 복음을 전파하고...너무나 익숙한 단어들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부끄러움의 몫이다. 성당에 다닌다면서... 어찌! ...이런 말은 최소한 듣지 않도록. 혹 나로 하여금 믿지 않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이름이 더럽히지나 않을까? 애를 쓰고 신자의 본분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꼴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과 동시에 어릴적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다. 열심한 신자가 아니지만 하느님의 자녀로서 도리에 대한 최소치 값. 눈꼽만한 값. 겨우 신자 흉내만 해온 내 꼴을 하느님께 보여드리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고 진행 중이다.
"꼴값하고 있다, 믿을라믄 제대로 믿어야제, 무신~~~.”엄만 분명 그랬을 꺼다.
그럼에도 하느님이 무한한 은총으로 나를 사랑으로 이끌어주셔서 이제껏 지내온 것임을 안다. 가파른 삶의 질곡을 넘나들 때 희망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셨던 그분이 함께 계셨던 것이다.
이제 그리스도 자녀다운 꼴새를 갖추어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어느새 나이값도 해야 될 나이가 되어버렸네...생각이 점점 많아지는 겨울, 대림 제3주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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