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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당주보 사랑방

연중 제31주일 김두일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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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해성당
댓글 0건 조회 777회 작성일 20-11-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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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바람에 구르는 낙엽들을 보면서 손잡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낍니다. 아멘.
 
지난여름 세상을 싱그럽게 장식했던 초록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떨어지는 가을입니다.

낙엽되는 잎새 잎새마다 이야기를 간직하고는 소리 없이 떨어져 대지가 됩니다.

우리가 살았던 하루하루도 낙엽이 되어 바람을 따라갑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주 찾는 곳이 병원입니다.
지난 시월 초, 같은 날에 저와 아내는 대학병원의 신경과 진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오전9시에 영상촬영을 하고 저는 오후 2시에 예약이 되었지요. 서로 간에 환자와 보호자가 되었으니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부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아내의 영상촬영이 끝난 시간이 10시, 나의 진찰까지는 4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우리는 병원에서 벗어나 근처의 커피숍에서 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창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나왔습니다. 경제공동체로 사는 농촌 부부이지만 나는 선심이라도 쓰는 듯이 아내에게 식당과 메뉴에 대한 모든 선택권을 주었고 아내가 즐비한 식당의 간판에서 선택한 메뉴는 감자탕이었습니다. 평소에 돼지고기를 즐기지 않는 아내가 돼지감자탕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였습니다. 나의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든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참 “나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아내는 영상촬영을 위해 아침을 금식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내 생각만 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배부르다고 아내의 배고픔은 조금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행동을 하였으니, ...... 

 

부부관계에서 배려가 없는 일심동체나 이심전심이라는 표현은 화려한 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님께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고 하신 복음 말씀을 묵상합니다.
물건리 해변에는 갈잎나무가 군락을 이룬 천년의 숲이 있습니다. 이 가을에 숲속을 거닐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높은 가지의 잎들이 그리고 키 큰 나무와 해지는 방향의 잎들이 먼저 단풍이 들고 먼저 떨어집니다. 이는 낮은 가지와 키 작은 나무의 잎새에 가을날의 따뜻한 햇살이 머물게 하는 낙엽들의 배려입니다.

바람에 구르는 낙엽들을 보면서 손잡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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