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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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의 날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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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욱(아니아노, 사무장)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곱게 물들어 흔들리는 가을 단풍들과 함께 그리움 되어 찾아오는
위령의 날 미사를 진주 내동공원묘원에서 드리고 단성 남사예담촌과 지리산 중산리를 지나
청학동에서 가을 풍경을 느끼며, 하동 금남을 지나 남해로 돌아왔습니다.
가을 수확을 끝내고 오늘은 추수 감사미사를 드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논과 밭에서 땀 흘
려 가꾸고 수확한 곡식들과 제물들이 제대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큰 소득이 없지만 포기하지 못하고 이 땅을 지키고 가꾸며 살아온 우리 이웃과 농민들이
음식을 나누고 수확의 기쁨을 즐기며, 하느님께 감사의 미사를 드립니다.
호흡하며 살아가는 날이 소중하다고 느낄 마음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지내온 날 중에서
어제는 88년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 날이기도 하고, 어김없이 11월이 다가오면 위령의 날
행사를 마치고 늦은 시간에 남해병원 장례식장을 찾아주셔서 연도를 해주셨던 교우님들의
고마움들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합니다.
잊을 것은 잊고 버릴 것은 버려야하는데 간신히 잊을까하면 다시 찾아오는 위령의 날,
형제들과 어머니의 임종 전에 드렸던 기도 잊지 못합니다.
눈을 감으시고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순간에 ‘어머니 편히 가십시오.’라는 형님의 마지막
하직 인사가 끝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당 앞의 석류가 붉은 입술을 열어 은구슬 속살의 언어로 속삭이지만 들을 귀가 없는 저
는 시금치 농사를 위하여 밭으로 가서 흙으로 가신 어머니 삶의 흔적을 돌아봅니다.
깊어가는 가을, 낙엽의 조각배 만들어 바다로 보내면서 강보다 산보다 더 깊고 높은 마음
의 장벽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바람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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